나는 그만 말할 뻔하였다
오 일째 침묵 속에서도
나는 침묵으로 들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눈을 뜨고 말았다
창으로 비치는 여름 들판의 튼튼하게 익어 있는 옥수수와 수수깡들이
내 몸속으로 쑥쑥 들어오고 있었다
나무마다 버릿하게
하얀 수액을 풀어 놓는
여름의 왁자한 음욕이 싫어
침묵 속으로 들어간 나는
침묵의 내 몸 읽기에 그만 들켜
쩌렁쩌렁 소리가 울리며
침묵 안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모두 버렸다고 고백했는데
침묵은 눈감고도 나를 알고 있었다
덕지덕지 시퍼런 욕망을 온몸에 달고
씩씩거리는 여름 나무들 속에 입만 다물고 활짝 가슴을 열고
숨차게 서 있는 나를
침묵은 표정 없이 고개를 젖고 있었다
침묵의 손이 차갑게 문을 걸고
나는 어두운 외곽 도로에 서 있었다
몸을 버리지 않고서는 닿지 못함
저 먼 침묵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