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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미모사

손끝으로 살짝 건드려도
후 하고 입김만 불어도
두려운 명령처럼 잎을 접는 미모사
열세 살 적 민감한 반응을 네게서 본다
햇살이 닿아도 어둠이 닿아도
주르르 피가 아래로 몰려
흔들리지 않으려는 자기 보호에
그는 잘 길들여져
상처받지 않으려는 운명적 순응이
열세 살 순수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오늘 
너의 순종은 굴종으로 보인다
작은 외압에도 몸 사리며
돌돌돌 몸을 접어 엎드리는 
너의 연약함에 분통이 터진다
갈이 닿아도 당당히 잎을 펴는 
뎅겅 목이 달아나도 좌악 가슴을 펴는
시대적 고집이 너는 아쉽다

뜻뜻 혀를 차다가
누군가를 닮아서 더 화가 치미는 
멍청하게만 보이는 딱한 미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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