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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h Nie

이제야 너희를 만났다



뒷산


외로울 적에

마음 답답할 적에

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

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 두고

노을을 받으며 느러눕는 그림자

돌아갈 것이 없는 빈 몸이다

뒷산은 뒷산은 내 몸이다

무겁게 끌어온 신발의 진흙덩이

서리 감겨 살을 에는 하루의 바람

모두모두 부려 놓는 

뒷산은 뒷산은

울먹이는 내 몸이다





중년


가지런히

수저를 놓는다


가지런히 

신발을 벗는다

그렇듯 정성스레

그대를 본다


꽃도 새도 

구름도 바람도

지금은 

진심으로 만나지 않으면


공손히 

깊숙이

조심스레

껴안지 않으면 안된다







눈썹 달


어느 한 많은 여자의 눈썹 하나

다시 무슨 일로 흰 기러기로 떠오르나

육신은 허물어져 물로 흘러 

어느 뿌리로 스며들어 완연 흔적 없을 때

일생 눈물 가깝던 눈썹 하나

영영 썩지 못하고 저렇듯 날카롭게

겨울 하늘에 걸리는가

서릿발 묻은 장도가 같구나

한이 진하면 죽음을 넘어

눈썹 하나로도 세상을 내려다보며

그 누구도 못 풀 물음표 하나를 

하늘 높이에서 떨구고 마는

내 어머니 짜디짠 눈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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