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 밤마다
물이 끓고 있다
어느 젊음이 조금씩 줄어들며
끓고 있었다
난롯가에는
물수건 하나가
물기를 가시며 말라가고
누구의 넋인가
하얀 김이 천장을 향해
날고 있다
사라져 어둠이 되는
한 방울 물의 흔적이
내 가슴 중심에 맺혀
끓어 오른다
속도를 좁히며
끓는 물소리
초조로이 멀어져 가는
소리를 이어받으며
물이 졸아든다
달아오른 빈 주전자에 찬물을 따르는
겨울밤 겨울밤
양팔을 벌리며
머리 위부터
찬물을 끼얹는
나의 젊음아
밤마다 밤마다
잠 속으로 이끌고 들어가는
미완의 고백
미완의 용서
그런 것의 그림자가 흔들리며
베갯머리 어디쯤서 끓고 있다
끓고 있다
나의 젊음이 조금씩 줄어들며
끓고 있었다
귀가
초인종은
기다리는 사람의 몸에서
울린다
울리는 자리마다엔
진달래 꽃빛의 핏물이 맺히고
기다리는 사람의 몸에서는
수억의 혀가
허공을 젓고 있다
두 손으로는
자위할 수 없는
끓는 입속의 혀
다만 혀로서만 잘라낼 수 있는
이 한 가지 확실성
기다리는 사람은
전신이 종이 되어
대문 밖에 엎드려
한밤의 인적에 귀를 세워 울고
몇 번째 새로운 눈알을
갈아 끼우는
흔들리는 어둠
울고 있는 종소리를
부축하는 바람이
비어 있는 자리를 일으켜 세운다
가뭄 든 땅처럼
갈라진 빈 자리가
방 한켠에 이삿짐처럼 쌓여져 있다
밤새 켜 놓은 전등이
뜨겁게 열을 발하는
새벽에는 비가 내린다
간밤에 일었던 거품의 흔적이
마당 어귀에서 비에 쓸리고 있다
흙의 말씀
당신의 구두에
흙을 털어낸다
진 땅을 밟아 온 세상 이야기
낱낱의 기행을 털어내고 있다
공간을 나는 새의 날개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 주둥이
씨아슬 껴안는
흙의 말씀
구슬이 떨어진다
당신의 피로 물드는
절정의 흙
흙의 말씀 들린다
진 땅을 가려 딛는 발소리
뼈가 파이는 굵은 빗줄기가
머릿속 깊이깊이 퍼붓고 있다
흙을 털어낸다
진흙 속에 빠져 온
당신의 하루
당신의 침묵이
비로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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