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ivalence
컴퓨터를 새로 장만했다.
1. 생각했던 것 만큼 새로 산 컴퓨터에 대한 기쁨 마음이 크지 않다.
2. 새로운 기능들에 적응하는데에 시간이 걸린다.
∴ 나는 늙었다.
전에는 무언가 새로운 제품을 장만하며 마음이 기쁘고 행복함까지도 느꼈었다.
하지만 웬지 오늘은 그런 마음이 매우 짧은 순간 반짝한 후에 금방 사라젔다.
이제는 어떤 물건으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 인가
아니면 이제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허무하다고 생각해서 인지
어쨌든 별로 기분이 생각만큼 좋아지지 않는다.
생각했던 거 보다 더 좋았다.
화면이 생각보다 더 커서 좋았지만 반대로 무거워서 별로다.
전에 쓰던 가방에 들어가지 않을 거 같아 가방을 새로 사야 하나 고려중이다.
돈은 더 쓰기 싫은데 말이다.
컴퓨터 사는데 이미 충분한 만큼 돈을 썼기에 더 이상 쓰고 싶은 마음은 없다.
기술은 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빨리 발전한다.
마치 시간처럼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본 것은 실수가 아닐터이다.
바람에 의해 쉬지 않고 돌아가는 풍차처럼 시간이던 기술이던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앞만 보고 한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은 나를 슬프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과연 내가 언제까지 뒤처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으로 다가 온다.
지금이야 헐레벌떡 대충 따라는 가지만 매우 힘이 부족한다는 것을 크게 느낀다.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옛날에는 새로운 기능을 보면 재밌어 하고 신기해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 보다 혼돈되고 답답함을 더 느낀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걸 보면서 나도 이제 한물 갔다는 것을 느낀다.
엣날게 좋고 내가 알고 익숙한 것들이 좋다.
오늘은 늙는 다는 것에 대한 나쁜 점들을 많이 느끼는 날이라
기분이 별로 썩 좋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