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h Nie

...으며

金大監 2013. 9. 2. 11:54


국수를 먹으며


황혼녘

변두리 음식점에서

혼자 국수를 먹는다


먼 데서 온 사람처럼

낯선 음식점에서

뜨거운 국수를 먹으며

창문을 흔드는 바람소리를 듣는다


오늘같이 불쑥 걸어나온

싱거운 내 발길에

국수장국 같은 간간한

맛이라도 배일 것인가


국수 하나 먹는 일에

몸을 바치며 땀 흘리듯

그렇게 무용하게

땀 흘리며 살아온 날들이 많았다


빈 박 속 같은 가슴에

비린 국물을 마시고

조금씩 어두워 가는

낯선 창 밖을 내려다보는

내 인생은 얼마쯤 버린 것일까


그러나 순결한 시간이여

헛헛한 어깨를 낮추고

해 저문 거리의 어둠을 밟는다







이를 닦으며


눚은 밤

눈송이 같은 하얀 치약으로

이를 닦는다


입안 가득 어리아리

흰 거품을 물고

위로 아래로

아래로 위로


<작은 이물질도

내 입안에 남기지 못함>

오기로 고집으로 

마음을 닦는다

늦은 밤엔 나는 감정적이야

거울 앞에 홀로

대결하듯

손에 힘을 주면


입안에 가득 피가 고이고

절정의 도도함으로

퉤퉤 환멸적으로 자아를

말끔히 뱉어 버리고


마지막

차가운 물로 입가심을 한다

우루렁 우루렁

영혼을 씻어낸다






다락방


집안을 정리하면

버리기 아까운 

별페물이 나온다


페물은 

페물대로 소중한 것


여러 잡동사니

버리지 않고 넣어두는 

나의 다락방


나의 머릿속에도

이런 방은 있다


풀리지 않는 오늘의 생각

오늘 생각해서는 

죄스러운 연모

잘 숨겨 후일에 열어볼 

그 문에도

별 빛이 새어든다


집안 가구를 다시 배열하면

빈자리가 나온다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 물건을 생각한다


생활을 사랑하기 위해서

생활에 접하는

기분 전환


우리의 머릿속 오만 가지 엉킨

골머리 앓는 일

털고 일어나면

불탄 자리 같은 공허한 자리


그 공백 속으로

시간이 흘러 아프지 않은

한 사람의 친근한 이름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