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h Nie

소지품

金大監 2013. 10. 19. 11:35



핸드백


나의 핸드백은

내 가슴속의 숨은 방과 같습니다

남들은 잘 열지 못하고 열지 못해서 남들이 조금은 궁금한 내 핸드백은 

때때로 나도 궁금해 손을 넣어 뒤적거리곤 합니다

열쇠와 지갑만 잡히면 안심이지만

그 두 가지가 정확하게 보이는데도

무엇이 없어진 느낌으로 여기저기 마음의 주머니를 

더듬다가 덜컹 가슴이 내려앉곤 합니다

무엇인가 밀물져 왔다가

썰물처럼 밀려갔는지

황토 빛 뻘이 아프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늘은 찾아도 찾는 것이 없어서

속을 확뒤집어 쏟아 버렸지만

알량한 내 품위가

남루한 알몸으로 햇살에 드러나

쑥밭 같은 마음들을 재빠르게 주워 담습니다

내 핸드백 속에서는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슬픔을 먹는다


밤 열두 시를 먹는다

꼬불꼬불한 내 생의 꼬여진 가닥을

후루룩 빨아 먹는다

슬픈 밤이면 기어이 끓여 먹는 

라면 한 봉지

에라 너희들 잘 살아 봐

반쯤은 세상 타박으로 

입 속에 들어 붓는 자학 한 그릇

내 생의 음표 같은 리듬을 따라

밤 열두 시에 눈물 한 방울 높은음을 친다

후회 안 한 일이 어디 있었을까만

라면 먹고 배부르면 왜 그렇게 열 받는지

사실은

배 주리고 두 손 모아 묵상할 시간에

뭐야!

바로 서지 못하고 몸 비트는 암표 인생같이






넥타이


남자들은 아침마다

무지개를 걷어다가 목을 조인다

목을 죈 생의 목줄을 펄럭이며

출근을 한다

멋을 내거나 신사다운 품위를 지키는 

정장의 모습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이

스스로의 두 손으로 목을 조이는

경건한 자해

목을 조이지 않으면 남자들은 녹이 슬어

목을 조이지 않으면 풀이 죽어

남자들은 별빛 꿈처럼 장롱 속에 걸린

꽃봉오리 하나씩으로 밥을 손짓한다

흰 칼라에 반듯하게 매어진 그 심장에 붙은 

화려한 암호를 해석하지 마라

매면서 풀고 싶은 이중성의 고독

세상을 향해 벌리는 또 하나의 손

펄떡거리는 야성을 정박시키는

개인 야사의 쓸쓸한 축도

그 가슴에 길게 늘어진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