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
핸드백
나의 핸드백은
내 가슴속의 숨은 방과 같습니다
남들은 잘 열지 못하고 열지 못해서 남들이 조금은 궁금한 내 핸드백은
때때로 나도 궁금해 손을 넣어 뒤적거리곤 합니다
열쇠와 지갑만 잡히면 안심이지만
그 두 가지가 정확하게 보이는데도
무엇이 없어진 느낌으로 여기저기 마음의 주머니를
더듬다가 덜컹 가슴이 내려앉곤 합니다
무엇인가 밀물져 왔다가
썰물처럼 밀려갔는지
황토 빛 뻘이 아프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늘은 찾아도 찾는 것이 없어서
속을 확뒤집어 쏟아 버렸지만
알량한 내 품위가
남루한 알몸으로 햇살에 드러나
쑥밭 같은 마음들을 재빠르게 주워 담습니다
내 핸드백 속에서는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슬픔을 먹는다
밤 열두 시를 먹는다
꼬불꼬불한 내 생의 꼬여진 가닥을
후루룩 빨아 먹는다
슬픈 밤이면 기어이 끓여 먹는
라면 한 봉지
에라 너희들 잘 살아 봐
반쯤은 세상 타박으로
입 속에 들어 붓는 자학 한 그릇
내 생의 음표 같은 리듬을 따라
밤 열두 시에 눈물 한 방울 높은음을 친다
후회 안 한 일이 어디 있었을까만
라면 먹고 배부르면 왜 그렇게 열 받는지
사실은
배 주리고 두 손 모아 묵상할 시간에
뭐야!
바로 서지 못하고 몸 비트는 암표 인생같이
넥타이
남자들은 아침마다
무지개를 걷어다가 목을 조인다
목을 죈 생의 목줄을 펄럭이며
출근을 한다
멋을 내거나 신사다운 품위를 지키는
정장의 모습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이
스스로의 두 손으로 목을 조이는
경건한 자해
목을 조이지 않으면 남자들은 녹이 슬어
목을 조이지 않으면 풀이 죽어
남자들은 별빛 꿈처럼 장롱 속에 걸린
꽃봉오리 하나씩으로 밥을 손짓한다
흰 칼라에 반듯하게 매어진 그 심장에 붙은
화려한 암호를 해석하지 마라
매면서 풀고 싶은 이중성의 고독
세상을 향해 벌리는 또 하나의 손
펄떡거리는 야성을 정박시키는
개인 야사의 쓸쓸한 축도
그 가슴에 길게 늘어진 입.